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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그에게 태클걸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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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오늘 이후로 또 우연히 만나게 될 시엔 윤덕훈은 이차란의 운명의 상대임을 인정하고 연인관계를 유지하다 때가 되면 결혼한다, 라고?” “각서니까 잘 생각해서 서명해. 일단 서명하면 약속을 꼭 지켜야 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설마 한 입 갖고 두말하는 좀팽이는 아니겠지?” 차란은 엄숙하다 못해 비장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웃음이 나는 걸까? “하하하. 그래, 서명해준다. 어차피 우린 다시는 절대로 만나지 않을 테니까, 이까짓 종이에 서명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앞으로 서로 얼굴 볼 일은 영원히 없을 텐데. 그쪽이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준다는데 못할 것도 없지. 좋아, 까짓 거 서명해 준다!” 내일 비행기를 타면 한동안 귀국할 생각이 없는 덕훈으로서는 각서에 서명을 해준들 손해 보는 타협점은 아니다. 차란이 자신의 소망대로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결혼한 뒤에나 귀국을 할 테니까. 덕훈은 후다닥 서명하고 퉁명스레 그녀에게 수첩을 건넸다. “이제 제발 가라.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말고.” “글쎄. 운명이라면 우린 다시 만날 테지. 기필코, 반드시, 꼭!” 차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가 마치 마녀의 미소처럼 사악해 보였다. 덕훈은 그녀와의 헤어짐에 한 치의 미련도 없었다. 아니, 일부러 한 가닥 남아있던 호감까지 삭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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