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

차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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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에 사랑 따윈 없어.˝ 그러니 널 사랑할 일도 결코 없을 거라던 남자는 오만했고, 무정했다. 감정 없는 관계 속에 도건이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오직 나를 위해서만 춤출 수 있겠어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윤희의 발레를 본 순간부터 마른 갈증이 수시로 그를 찾아왔다. 그녀가 보란 듯이 복귀 무대를 완벽히 선보인 날. 떨리는 눈을 하고서 물었다. “그럼 저……이 결혼반지 빼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너는 알까. 그 말을 뱉는 순간, 네 손이 아닌 목에 족쇄를 채우고 싶었다는 것을. 그렇게 영영 내 곁에서 오직 나를 위한 무대를, 춤을 추게 하고 싶었다는 것을. *** “너도 내가 신경 쓰이잖아.” “…….” “네 머릿속에 자꾸 내가 맴돌잖아.”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적시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윤희는 신께 간절히 빌었다. 제발. 이 남자를 미워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도건에게서 전과 같은 뜨거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스웠겠어. 이따위 같잖은 연극에 놀아난 날 보면서.” 한 없이 차갑기만 한 남자가 윤희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며 단언했다. “어쩌지? 난 널 죽을 때까지 놓아줄 생각이 없는데.” 연극이 끝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 신은 날 버리셨구나. 완벽한 단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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