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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애증

이하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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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대가는 임신이야. 난 내 핏줄을 이어받을 아이가 필요해.” 그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나쁜 계약이었다. 앞으로 현민에게서 평생 벗어날 수 없는 무거운 족쇄를 차는 일. 자존심을 지키려면 9년 전과 똑같이 그를 밀어 내야만 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선택을 하기에 상황은 너무나 달라졌다. “저 지금 선배의 도움이 너무나 간절히 필요해요.” “얼마나?” “필요하다면 선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도 할 수 있을 만큼.” 이때는 미처 몰랐다. 한 줄기 구원의 빛이라고 속절없이 믿었던 것이 저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는. * * * “이 여자 임신했습니다.” “뭐라고?” “지금 이 여자의 배 속에 우리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큰 충격을 받은 차 회장은 허 하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현민은 이 상황을 매우 흡족하게 여기며 기세등등하게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앞으로 회장님의 유일한 희망이 될 아이입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셨잖습니까? 조부님의 명맥을 이을 귀중한 후손.” 현민의 구원 따위는 필요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는 게 좋았다. “지금 나랑 장난해요? 이럴 목적으로 저와 계약한 거군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당신이 모멸과 수치를 줘도 괜찮은 여자는 저뿐이었을 테니까.” 순간 재밌단 듯이 웃고 있던 현민의 얼굴에 미소가 싹 걷어졌다. “아니, 넌 내 물건이야. 내가 돈 주고 샀으니까.” 견고히 쌓았다고 생각했던 결심은 그의 독설에 간단히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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