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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강철번개 : 전쟁은 엿 같은 짓이다]

266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준비 (11)

가(21)

줄 간격(1.8)

자간(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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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락 바즈락.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고 있던 장소의 중심부. 존 밀튼이 전신에서 플라즈마를 무한정 발산하고 있던 곳. 요한은 어떤 병사도 가보지 못한 푸른 땅으로 걸어갔다.

 먼 거리에서도 숨이 턱 막히게 만들 정도의 열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말라 죽게 만들었다. 물이 끓어오를 정도의 온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은 적어도 지구에는 없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이고, 생명체가 상상하기도 힘든 환경 속에서 사는 세균이나 박테리아도 살기 힘들다.

 그런 장소가 반지름 1킬로미터. 원의 넓이로 3.14제곱 킬로미터 안에 있는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다. 태양빛만 쬐어도 세균이나 박테리아는 죽을 수 있는데, 그보다 더 뜨거운 플라즈마의 열기를 견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요한과 그의 부관이 조금씩 더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더 놀라워했다. 무려 1킬로미터 밖에서도 물이 끓을 정도로 뜨거웠다면 더 깊은 곳은 얼마나 뜨거울까?

 “이거…. 땅이 완전히 녹아버렸구만.”

 “어, 신발 밑창이!”

 “조심하게. 걸음을 빨리 옮겨. 여기는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유리가 널려 있네. 아직 덜 식었으니 조심하고.”

 “핵폭탄이요?! 그럼 방사능이…!”

 “방사능은 없네. 플라즈마만 나오고 있었으니까.”

 대지의 토양에는 트리니타이트(Trinitite)와 유사한 유리 결정들이 잔뜩 굴러다니고 있다. 아주 조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폭발과 고열이 동반한 것은 아니라 울퉁불퉁한 형체가 아니라 더 반듯하고 날카롭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약간은 뜨겁다는 것.

 “자네! 신발에…!”

 “어? 불불불불!”

 일부는 전투화의 고무가 녹고 가죽에 불이 붙을 정도로 아주 뜨거웠다.

 일개 사람이 이런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매우 놀랍지만, 동시에 요한은 그리 당황하지도 않았다. 원형의 태양을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대지를 유리화는 얼마든지 가능하겠지.

 문제는 요한이 생각하기에 존은 제정신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요한은 기사는 아니지만 기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괜찮으려나….”

 전신으로 무작정 플라즈마를 방출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잠깐만요. 장군님. 그 이상은 진입하지 마십쇼.”

 조심해서 걸어가고 있던 요한과 부관을 막는 스티브. 강화복을 입고 있는지라 둘보다 약간은 더 편안했지만, 그만큼 더 위험한 곳에 있었다.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습니다.”

 스티브의 등에는 거대한 물탱크가 있었다. 대략 10톤정도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엄청난 크기의 알루미늄 물탱크. 연결되어 있는 호스와 펌프로 아직 붉게 달아올라 있는 불순물 많은 유리를 식히고 있다.

 “안에는 거의 용광로와 비슷한 온도입니다. 잠깐만 기다리시고 유리가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래. 쿨럭쿨럭!”

 “수증기도 위험하니까 거리를 조금 더 벌리시고요.”

 안에 들어있는 물을 계속 뿌리면서 유리를 급속도로 냉각시킨다. 이것도 모자라서 하늘에서 소방용 비행기로 사용하는 대형 수상기가 하늘에서 날아와 엄청난 물을 뿌리고 있었다. 전부 끓어서 수증기가 될 정도로 뜨거운 장소에 흠뻑 뿌리고 있다.

 상상 이상의 고온이 있었는지 물을 뿌리자 마자 순식간에 증발해서 작지만 버섯구름을 만든다. 수증기로 만드는 버섯구름은 어디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고 회색의 구름은 죽음의 상징이지만 새하얀 버섯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가깝다.

 “이런 젠장!”

 물론 충격파는 동일하다. 어찌 되었든 폭발 비슷한 것이 일어났으니까.

 “지금이면 어느정도 식었을 겁니다. 제가 물을 뿌린 곳만 따라 오십시요. 아직 뜨거운 유리가 많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땅은 뜨겁다. 겉이 급속도로 냉각된 것이지, 여전히 내부는 고열을 품고 있는 것이 많다. 실수로 밟아서 깨지기라도 하다간 발에 심한 화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충분히 물을 뿌려서 겉이 충분히 단단하도록 해야 한다.

 거대한 물탱크 뒤로 따라가는 요한과 부관. 물을 어찌나 많이 뿌리는지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듯했지만, 조금이라도 스티브가 가는 곳을 넘어가면 하얀 수증기가 미친듯이 피어오르면서 하얀 연기의 장벽을 만들고 있었다.

 깊숙이 가면 갈수록 유리는 두껍고, 단단하다. 그리고 더 뜨겁다.

 “스티브, 마스터 나이트가 원래 다 이런가?”

 기사는 강하다. 거대한 괴수를 혼자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기사다. 하지만 이렇게 지형을 통째로 변화시킬 정도로 강한 기사는 얼마 없다. 게다가 마스터가 되고 불과 2년이 지났다.

 다른 이들은 수백년, 최소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존과 같은 현상을 일으킨 적은 단 한 명도 없다.

 어쩌면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일지도….

 “아닙니다. 나이트 존이 특이한 겁니다. 나이트 파이크도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은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스터가 된 기사는 이미 사실상 리베라에서 100위 안에 들 정도의 무력을 지니게 되었으니, 더 이상 강해지려고 훈련을 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 사실상 숨만 쉬어도 강해지기도 하고. 수명도 거의 무제한이다. 열심히 살기만 하면 끝없이 강해진다.

 또한 요한이 알기로는 마스터급은 그렇게 훈련을 장려하는 편도 아니고 말이다.

 “그럼 대체 왜 이러는 건가?”

 “모릅니다. 심리 상담을 받아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을 거부하고 있으니까요.”

 “허어…. 상태가 많이 심각한가 보군.”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여전히 불투명한 절반쯤 굳은 유리가 가득한 중심부. 그곳 한 가운데. 아직도 온 몸으로 플라즈마를 발산하고 있는 한 사람.

 “존 밀튼. 잘 지냈나?”

 “요한.”

 스티브가 뿌린 물 사이에 올라오는 수증기를 헤치고 다가오는 요한의 모습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는 존 밀튼이 있었다.

 “잘 지내고 있었…. 오, 일단 옷 좀 입게.”

 “아.”

 온 몸으로 플라즈마를 마구 뿌렸고, 땅이 녹을 정도였으니 어지간한 물질은 죄다 타버린 상태. 당연히 입고 있는 옷도 없고, 착용한 의수도 없다. 근육질의 맨몸에 텅 빈 왼손. 노인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멀쩡한 것이 놀랍다.

 “좀 벌거벗기는 했지만 몸이 아주 좋구만. 젊어서 그런가?”

 “모릅니다.”

 스티브가 미리 챙겨온 간단한 군복 바지와 셔츠를 입는 존.

 요한이 보기에 존은 겉보기에는 아주 멀쩡했다. 주변을 죄다 녹이기는 했지만, 그건 훈련장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으니까. 저번에 있었던 물이 냉각해주던 장치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훈련장치라고 하기보다 화력 발전소에 가까운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큰 압력과 온도를 견딜 수 있었으니까.

 다만 허허벌판에서 이러한 훈련을 하는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현장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전쟁에 임하고 있는 군대는 가능한 모든 상황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인권을 잠깐동안 버려서라도.

 “식사는 했나?”

 “배 안 고픕니다.”

 다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훈련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존, 잠깐 괜찮으면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러든지요.”

 “식사라도 하면서 하지. 배고프면 대화가 제대로 안 될 테니까.”

 옷을 다 입은 존은 요한이 왔음에도 심드렁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왜 왔냐고 내심 불만을 가진 표정으로 요한을 바라보고 있다. 손님이 오기에 문제가 많은 장소이지만, 손님이 왔음에도 전혀 반기지 않는다.

 존이 있던 장소는 가장 대지가 많이 녹은 장소. 불투명하지만 너무나도 매끄러운 유리가 잔뜩 널려 있고, 그가 앉아 있던 형태로 굳어버린 유리도 있다. 평평했던 땅이 녹고, 빈틈이 사라지면서 가라앉고, 낮아지면서 모여든 유리의 땅.

 “장군님, 거기 유리가 깨져 있습니다.”

 “어이쿠! 이거 위험…. 이미 바지가 잘렸네.”

 깨진 유리는 날카롭다. 무척이나.

 아무리 존이 손님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목숨을 위협할 생각은 없었기에 자리에서 벗어나 위험한 깨진 유리들이 가득했던 장소를 벗어나 적당한 곳에 앉았다.

 스티브가 가지고 온 아직 덜 녹아서 멀쩡한 바위를 적당히 잘라서 의자를 만들어서 앉힌다. 요한은 늙었으니 일종의 노인 배려석이다.

 요한이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이런 장소에서 먹을 것은 슬프게도 없다. 유리만 있는 곳이다. 자동차가 오면 고무 타이어가 갈갈이 찢기고, 무한궤도는 올 수 있더라도 한번 갔다 오면 교체해야 할 만큼 엉망진창이 될 것이었다.

 결국 먹을 수 있는 것은 미리 준비해온 식량뿐. 현장에서 즉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전투식량이 전부다.

 “요즘은 전투식량도 잘 만들어진단 말이야.”

 “아, 예.”

 다행스럽게도 이 둘은 그런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존은 퉁명스럽게 스티브가 미리 챙겨온 초고열량 칼로리바를 받았고, 요한은 부관이 주는 전투식량 현장 취식형의 비닐봉지를 즐겁게 열었다.

 다만 이 중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있다면 부관이다. 부관이 옆에서 약간 슬픈 표정으로 전투식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현장에서 전부 밥 해주는데 굳이 전투식량을 먹어야 하나? 요한은 하루에 한끼는 전투식량으로 해결하기에 상관없었지만.

 식사는 구실이고, 실질적인 목적은 대화다. 입 안에 뭔가 가득 찬 상태로 화를 내기는 쉽지 않을 테니.

 한참 튼튼한 비닐 안에 담긴 비스킷을 씹어 먹던 요한. 가만히 입 안의 촉감에 집중하고 있던 요한과 존. 요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고 들었네.”

 “예, 뭐. 예. 그렇죠.”

 얼굴조차 바라보지 않고 멍 하니 고개를 살짝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존. 예의 없는 행동이지만 요한은 개의치 않았다.

 “무슨 이유라도 있나? 우울증이라던가 말이야. 원한다면 상담사를 보내줄 수 있네.”

 “됐습니다. 저와 만난다고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조금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 나도 오랜만에 만나지 않았나?”

 한참 칼로리바를 씹어 먹던 존. 요한이 와도 시큰둥했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의 그 말 한마디에 조금은 고개를 돌리고 슬픈 눈으로 요한을 바라보았다.

 “요한, 저와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죽었습니다. 그런데 만나라고요?”

 “으음….”

 군인에게도 일종의 징크스가 있다. 어떤 사탕을 들고 가면 시체로 복귀한다든가, 어떤 음식이 나오는 날은 최악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든가, 어떤 인물과 어울리면 살아서 오거나, 어떤 인물은 죽거나.

 근거도 없는 낭설이지만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전쟁터의 군인은 그런 것이 아주 민감했다. 운동 선수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특정 숫자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음식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도 있다.

 군인도 마찬가지. 군인은 단순히 적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적을 죽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서 돌아오는 것. 사는 것이야 말로 전쟁에서 군인의 가장 중요한 일.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걸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존은 그 근거 없는 낭설 중에서 접촉한 사람은 모조리 죽는 측에 속한다. 그에게 붙은 소문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함께 나가서 돌아온 부대원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경우는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

 존이 가는 전장은 가장 위험한 곳이니 반드시 피해야 한다. 최소한 절반은 죽는다.

 살아서 돌아오면 영웅이 될 수 있지만, 거기서 영웅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너는 엑스트라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

 종합하자면 ‘너는 죽는다. 존은 살고.’라고 정리된다. 그 소문의 뼈에 살이 붙으면서 조금씩 더 심한 내용들이 추가되었다. 너무

 요한은 이 소문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처한 장소에 항상 투입되었으니 당연히 대부분 죽고 소수만 살아남을 수 밖에.

 하지만 군인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빨아먹고 돌아오는 괴물로 받아들여지겠지.

 그렇게 만든 사람이 요한이었기에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요한에게 존은 일종의 ‘조커’였으니까. 위험한 상황에 밀어 넣는 조커 카드.

 “그럼 나는 왜?”

 그런데 존은 왜 요한을 만났는가? 요한은 그것이 궁금했다.

 “장군인데 알아서 살겠죠. 뒤에서 편하게 명령이나 내리실 분이.”

 “나이트 존! 요한 장군님은…!”

 “됐네, 부관. 내가 자네보다 편하게 있기는 하지. 지휘관은 죽으면 큰일이니까.”

 요한은 장군 중에서 이상하게 전방에서 직접 병사들과 움직이는 극히 소수의 존경받는 장군이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얼굴을 보이며 싸울 수는 없는 법. 존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작전지역에 나가도록 명령한 사람은 다름아닌 요한.

 긍정적으로 보자면 존은 요한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하급자, 부정적으로 보자면 무리한 작전을 강행시키는 상관.

 스스로의 업보나 다름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결국 죽은 것은 죽은 것이고, 작전 지역도 너무 험하고 위험한 곳이라 요한도 직접 갈 수 없던 곳이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차라리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싫다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수 없지.”

 “제발 그러시죠. 억지로 강요하지 말고.”

 여전히 존은 요한을 싫어한다. 만약 전쟁만 아니었다면 가볍게 사고 하나만 일으키고 침 뱉고 나갔을 것이다. 전쟁이다. 전쟁이 문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부분은 별 영양가 없는 것들.

 요한이 질문한다. 몸은 괜찮나?
 그러면 존은 대답한다. 예.
 요한이 질문한다. 불편한 것은 있나?
 그러면 존은 대답한다. 없습니다.
 요한이 질문한다. 힘든 일이라도 있나?
 그러면 존은 대답한다. 지금 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어느 하나 성심성의껏 대답한 것이 없다. 대충 듣는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대강 대답을 해준다. 존은 지금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어떤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새하얗다. 한 사람의 인생이 책이라면 존의 인생은 새하얀 재. 인생은 이미 불타버리고 재만 남았다. 더 이상 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불탄 재만 남아 있다.

 요한은 그 재라도 어떻게든 다시 돌려보겠다고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쑤셔 보지만 성과는 없다. 오히려 존이 요한을 만나겠다고 한 것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고 할까?

 요한의 가슴에는 작은 카메라가 있다. 존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보았다면 바로 눈치챌 수 있는 그런 카메라. 그들의 대화는 모두 녹음되고 있고, 촬영되고 있다.

 심리 상담을 거부한다면 기록이라도 보내서 뭐라도 하는 수 밖에. 장군이라는 직위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전력을 위해선 직접 나서야 한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위험한 일은 아니라면 굳이 이런 외딴 곳에서 할 이유는 없을 텐데.”

 그리고 이 질문. 존의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이 질문.

 “…….”

 “내가 알기로는 기사들의 훈련법이라고 알고 있네.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어. 최선을 다 했으니까.”

 요한은 아무리 존이 자신을 나쁘게 보고, 증오하고, 미워해도 그에게는 미안한 부하다. 결국 이것도 공리주의적 선택이다. 한 사람을 희생하고 다수를 살린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그래서 은연중에 넌지시 의미가 담긴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돌아와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침대에 누워서 쉬어도 된다고.

 “아니예요.”

 “음?”

 “아직 부족합니다.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존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만큼.

 “내가 부족해서…. 내가 부족해서 그랬어. 더 강해져야 해…. 더, 더, 더, 더…!”

 자연스럽게 존의 몸에 다시 푸른 색의 플라즈마가 나온다. 다시 거세게, 힘차게, 뜨겁게.

 “오, 젠장.”

 스티브는 곁에 있었기에 저게 대충은 뭔지 알고 있다.
 간신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성의 얇은 벽이 무너졌다.

 “장군님,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음? 어째서?”

 “설명은 나중에! 꽉 잡으십쇼!”

 스티브가 다급하게 요한과 부관을 옆구리에 매고 존이 있던 장소에서 멀어진다.

 다시 푸른 빛이 하늘로 치솟는다.
 엄청난 고온의 기둥. 낮아진 온도. 폭발하듯이 뜨거워진 공기.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바람이 밀려온다.

 유리조각이 날리는 거센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이런….”

 아주 날카로운 유리가 날아온다.

 “빨리 가게나. 스티브.”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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