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크기 조절기능 사용 안내

일부 안드로이드 기종의 경우 폰트크기 조절기능 사용시
정상작동이 안되는 오류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기본 글씨 크기를
조정하여 주시면
정상적으로 폰트크기조절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스마트폰 설정 방법

설정 → 디스플레이 → 글자 크기 및 글꼴

닫기

[화약강철번개 : 전쟁은 엿 같은 짓이다]

301화 작전 변경 (2)

가(21)

줄 간격(1.8)

자간(0)

| |
 조립해서 만든 하얀색 벽의 가건물 안에 있는 존과 한 빨간 로브의 사람. 현재 이들이 있는 곳은 최전방과 가장 가까운 후방이자 환자를 수용하는 야전 병원. 그 중에 심리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정신과.

 실제로 앉아 있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지만 어지간한 의사보다 뛰어난 인물이며, 리베라에선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관해서는 따라갈 수 없는 프로그래머이기도 했다.

 그리고 존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표본이자 연구 대상. 좋게 말하자면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높은 산의 인물이다. 정신과 심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프로그래머에게 있어서 존은 꿀 바른 과자보다 더 달콤한 연구감이다.

 “그래서 상담 안 합니까?”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자살을 하지 않은 것이 더 신기하네요.”

 “…….”

 문제는 여유롭게 해결하기도 어렵고, 상담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여러가지 문제로 존이 협조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프로그래머는 그걸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상담이라는 것은 강제성을 띄지 않으니까.

 “투약으로 증상을 좀 완화시킬 수 있는데 어때요?”

 “알약은 이제 효과가 없고, 동맥 주사도 피부를 뚫지 못하는데 약을?”

 “대신 안구나 구강을 통해서 뇌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라 부작용이 좀 있어요. 고통을 약간 수반하고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몽롱할 겁니다. 뇌세포에도 영향이 많이 갈 거예요.”

 “정신 나갔나…….”

 요한의 간곡한 부탁 아닌 부탁을 받고 야전병원에 있는 정신과에서 프로그래머와 상담을 하는 존.

 상담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대상자가 마음을 열고 상담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죽은 존이 마음을 그리 쉽사리 열 수 있을 리가 없다. 상담을 하는 것도 요한의 부탁과 한니발의 뻔뻔한 얼굴이 아니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존에게 다행인 것은 그와 상담을 진행하는 프로그래머는 처음부터 상담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걸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진작에 해결했지, 극심한 정신 상태는 고작 말 몇 마디로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그거 임상 실험은 한 겁니까? 정부 허락은 받은 약물이예요?”

 “아니요.”

 “그런 걸 나한테 쓰겠다고?”

 “어떡합니까? 마스터의 신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없는데.

 단지 그 약물에 대해서 그 누구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마스터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스터는 그렇게 숫자가 많지 않다. 생각해보면 맨 몸으로 메가와트 수준의 전력을 발산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더 놀랍기만 하다.

 “솔직히 말해봐요. 상담하러 온 게 아니라 약물 실험하러 왔지요?”

 “…….”

 “아니, 이 미친 사람들이.”

 그러니 자발적으로 병원에 들어온 마스터는 귀하다. 말이 치료하러 온 것이지, 사례와 정보가 너무 적어서 반쯤 실험하듯이 진행해야 하니까.

 애초부터 마스터가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와 플라즈마는 자연스럽게 세균과 바이러스를 죄다 제거해서 병에 걸리지 않고, 외상도 재생력이 워낙 뛰어나서 간단한 처치만으로 대부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된다.

 요한은 분명 프로그래머가 뭐라도 해주겠지 하는 선한 마음에 존을 심리 상담에 보냈지만, 정작 상담을 하러 온 프로그래머는 머릿속에 실험만 할 생각이 가득했다. 숨기지도 않고 묘한 미소로 존을 바라보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실험체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약물?”

 “꺼져.”

 “힝.”

 “미친 놈들.”

 의도가 너무 불순해서 존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쉽다는 듯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프로그래머의 모습을 보고도 존은 미친 사람 취급하며 째려보았다.

 “상담은 잘 되셨습니까?”

 문을 닫고 나오자 한니발이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부관인 스티브가 따라와야 하지만, 스티브는 존이 떠넘긴 서류 작업과 업무를 담당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새롭게 보급받은 한 손 검을 다루는 것에도 시간을 할당해야 해서 정신과 진료를 가는데 따라올 여유가 없었다.

 “아니, 무슨 정신 나간 새끼가 있더라.”

 “정신 나간 새끼라니요? 의사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의사가 아니라 프로그래머야. 나를 실험체로 쓰려고 하더라.”

 “정신 나간 것 맞네요.”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프로그래머라는 것만 말하면 이해한다. 사람들에게 프로그래머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는 몰라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존은 괜히 왔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야전 병원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는 문을 열고 나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습관이지만, 도저히 이 독한 연기를 들이 마시지 않고는 못 버티겠다. 무슨 짓인지 몰라도 정말이지 멍청한 짓거리를 하러 온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렇게 습관적 자기 파괴 행위라도 해야 뭔가 해낸 느낌이 든다.

 “저도 한 개비만 주시겠습니까?”

 “네 거 피워.”

 “다 떨어졌습니다. 헬워커 사람들하고 나눠 피우니 금방 떨어집니다. 담배 무지하게 피더군요. 죄다 하루 두 갑이 기본입니다.”

 “그러냐.”

 그러고는 품 속에 넣었던 담배갑을 아예 한니발에게 건네 준다.

 “남은 거 너 다 해라.”

 “감사합…. 뭐야, 하나 밖에 없잖아?”

 “무려 마지막 한 개비를 넘겨줬으니 감사하라고.”

 “그건 핑계고 쓰레기 넘기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아닌데?”

 “맞는 것 같은데….”

 담배를 나누며 몸 안으로 들어오는 독한 니코틴 연기의 여운에 잠기는 존과 한니발. 별 의미도 없는 행동이지만, 존에게 있어서 이런 의미 없음이 더 몸을 지탱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니발은 절반은 중독이었고.

 “근데 여기는 병원 아니냐?”

 “병원이지요.”

 “그런데 왜 환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지?”

 주변을 잘 살펴보면 테라스는 존과 한니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석고로 깁스를 하고 있거나, 어딘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목발을 하고 있는 등 몸이 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당히 거리를 두며 담배 연기를 빽빽 뿜어내고 있었다.

 군인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담배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곳이 허다하다.

 하지만 환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일이다. 니코틴이나 각종 화학약품이 몸에 좋을 리 없는데 의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그리 쉽게 허락하겠는가? 분명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경고했을 것이고,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환자들 대부분 어쩌다 구한 것처럼 보이는 담배 한 갑을 다 같이 나누어서 피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전 병원에 있는 매점에서 누가 봐도 환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담배를 팔아주지 않으니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증명하듯 테라스로 나오는 한 의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었다.

 “어이, 여기다. 빌.”

 야전 병원에서 군의관으로서 일하고 있는 빌 나이팅게일이 존을 만나고자 테라스에 나온 것이다.

 “오랜간만입니다. 나이트 존. 안 그래도 바쁜데 갑자기 불러서 더 바쁘네요.”

 “그냥 간단하게 대화나 나누자고 부른 거지.”

 “예, 예. 너무 감사합니다.”

 빈정거리는 말투로 존 옆에 와서 자연스럽게 의사 가운 안에 있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이미 수백번은 반복한 모습이다.

 “그런데 환자들은 담배 피우는 것 보고 뭐라 하면서 너는 피우는 거냐?”

 “그래서 다들 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지 않습니까?”

 “신뢰받지 못하는 의사네.”

 “신뢰고 뭐고 병실에서 술까지 처먹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 말고도 말 안 듣는 사람은 널려 있습니다.”

 빌은 야전 병원에서 꽤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평소보다 더 짙은 다크 서클과 충혈된 눈, 썩어가는 피부, 푸석푸석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힘이 없는지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는 고농축 카페인 커피에 의존해서 겨우 움직이고 있었다.

 “고생하고 있네.”

 “예, 그렇죠. 아주 그냥 죽을 맛입니다.”

 전쟁터에서 강한 기사로서, 복수 기사단의 단장으로서 가장 앞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는 존의 전쟁과 군의관으로서 야전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빌의 전쟁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치열함과 긴장감으로 비교하자면 존이 위치한 곳보다 더 한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잃는다는 상실감과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불공평함은 전장과 병원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병원에도 마음고생은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다.

 “하아아…. 제발 담배 좀 그만 피우라고 해도 죽은 놈들 몫까지 피운다면서 손에 놓지 않아요.”

 “낄낄. 다들 그렇지.”

 결국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똑같으니까.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단숨에 고통 없이 죽느냐, 아니면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다가 처절하게 죽느냐, 그리고 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인가. 이 정도 밖에 없다.

 빌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것도 그만큼 죽는 사람을 원치 않기에 자기 자신을 깎아가면서 일하기에 그런 것이리라. 존이 부하 대부분을 잃고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는 것처럼, 빌 또한 자기 눈 앞의 환자가 숨을 꺽꺽대며 살려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말없이 담배 한 개비를 절반쯤 태우고 있을 때 즈음, 빌이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거기는 상황 괜찮습니까?”

 “음? 아직까지 막힌 적은 없다. 꽤나 강했던 놈은 있었지. 하지만 그렇게 피해는 크지 않았어.”

 진군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초반 진입로를 만들고, 중간 기지를 건설하는 것에 더 치중하고 있다. 전선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보급도 어려워질 테니까. 공중으로 대부분의 물건을 보내준다고 해도 모든 것을 대신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소문을 듣자 하니 3개의 루트로 가는 군단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발목을 붙잡혀서 진군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의외군. 나는 그런 소문 못 들어봤는데.”

 “그쪽 방면과 연결되는 야전 병원에 긴급환자가 넘쳐나서 일부를 이곳에 받았거든요.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부상자가 와서 혼났습니다.”

 “그래…? 그렇군…….”

 존의 생각으로는 단숨에 진군해서 수도까지 밀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적의 저항이 컸던 모양이다. 그리 즐거운 소문은 아니었다.

 서류 작업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알 수 있는 소문이었지만, 존은 싸우는 것에만 치중했지 아주 잠깐이라도 책상에 앉아 서류조차 사인하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라고 해도 숫자를 보고 싶지 않아 하기에 억지로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여기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 그쪽 환자들인가?”

 “그런 셈이죠. 부상자가 생각 외로 많습니다.”

 “심각하네.”

 야전 병원의 침상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것은 좋은 뜻이 아니다. 그만큼 부상당한 사람이 있다는 의미니까. 병원에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면 침상은 비워져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아픈 사람은 적은 것이 최고다.

 “그래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복귀 서명에 사인한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중간에 한니발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게….”

 한니발의 말에 머리를 긁적긁적 긁는 빌.

 “한니발의 말이 맞습니다. 부대 복귀 희망자는 야전 병원에서 신체적 외상만 치료하고 의수나 의족을 착용하고 돌아가거든요. 연구소에서 안드로이드 의수를 사람 신체에 간단하게 적용시키는 방법을 발명했다고 합니다.”

 “이제 부상당해도 전쟁터에서 벗어날 수 없겠네.”

 “싫다고 하면 그냥 전역도 하게 해 줍니다. 어디까지나 자원자에 한해서 받는 거지요.”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조금 급격하게 발전했기는 했지만, 진짜 팔이 아닌 가짜라도 움직일 수 있는 손은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손가락까지 다 있으면 불편한 것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사람들은 이런 기술 발전이 전쟁 때문에 납득되는 것이지, 갑자기 아무런 대비 없이 나타난다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항이었다. 기계의수를 패션의 일부로 생각해서 자신의 멀쩡한 팔을 자른다든가 하는 문제 말이다.

 “그래도 좀 심하다. 몸 일부를 잃었는데도 다시 싸워야 한다니.”

 하지만 존의 입장에선 부상당한 병사는 그래도 집에 돌려 보내주는 것이 더 좋았다. 그의 곁에는 집에 가지 않으려는 제정신이 아닌 놈들 밖에 없었으니, 억지로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런가요?”

 한니발은 왼팔 의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뭐.”

 “아닙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의수를 착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전역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긴급한 수술만 하고 수도 병원에서 치료합니다.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집에 갈 수 있어요.”

 “심한 부상을 입으면 말이지.”

 “그렇기는 합니다. 어차피 자원입대라서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없는 곳이 군대죠.”

 군대는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마굴. 입대 신청서는 반쯤은 신체포기각서. 살육머신이 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또 다른 사회.

 인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있다고 말하기에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이 군대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희생이 있어야 하니, 그 희생은 약간의 포기. 얻는 것은 명예.

 허나 가끔씩은 죽음을 희생해야 한다. 전쟁이라는 변칙적인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너네 한니발하고 빌. 너희 둘은 다시 돌아왔잖아.”

 “그렇죠. 한나도 같이.”

 “저도 뭐…. 포드도 왔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는 건데 진짜 왜 돌아온거냐? 나 때문에 돌아온 것 맞아?”

 존은 뭔가 의구심이 잔뜩 피어오르는 얼굴로 둘을 번갈아서 보았다.

 “돌아오면 돌아온거지 뭐가 궁금하신 겁니까?”

 “한니발 너는 돌아올 수도 있어. 혼자 온 것이 아니라 한나도 같이 왔으니 부부니까 같이 올 수도 있지. 그런데 빌. 너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저 말입니까?”

 “그래.”

 묘한 얼굴로 서로 얼굴을 보는 존과 빌.

 “솔직히 말해서 아빠가 자식 내버려 두고 친구 만나러 위험한 곳에 올 수가 없어. 게다가 어린 딸이잖아. 딸을 두고 친구 만나러 전쟁터에 온다고? 이건 제정신이 아니지.”

 “그렇나…?”

 “…….”

 존의 말을 듣고 한니발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빠졌고, 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꽁초만 남은 담배를 물고만 있었다.

 세상에 수많은 유형의 사람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관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인간의 사회다. 생각에도 개성이 있기에 서로 다르고 부족한 점을 보안하며 살기에 인간은 문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허나 남들과 차이점이 있다고 해도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성적인 관점이 존재한다면 보편적인 관점도 존재하는 법.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존 앞에 보이는 빌 나이팅게일은 그 관점에서 벗어났기에 이곳에 있다.

 “혹시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왔냐?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아서 관계가 소원해졌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바쁘게 살기는 하는데 가족 관계가 나쁘지는 않아요.”

 “좀 수상한데….”

 존이 미묘한 눈빛으로 빌을 쳐다보고 한니발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의견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빌 군의관님이 가족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네요. 진짜로 뭔가 있는 것 아닙니까?”

 “혹시 전쟁터에 있을 거면 집에 연락도 하지 말라고 혼나서 그런 것이 아닐까? 딸도 보고 싶은데 엄마가 막고 있는 거야.”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제가 봐도 너무하네요. 진짜로 그러면 빌 군의관님은 불쌍하겠는데.”

 “에이, 설마 그러겠냐?”

 존과 한니발이 눈빛으로 빌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낸다. 지긋이 쳐다보는 것이 양심에 찔려서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다 해야 할 것처럼 날카롭다.

 “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그 눈빛에 빌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저도 전화하고 싶고, 편지도 보내고 싶죠.”

 꽁초를 재떨이에 버리며 빌은 말했다.

 “나중에 만나기로 했어요. 나중에. 그때 만나서 소풍도 가고 아이스크림도 먹기로 했죠.”

 “나중에?”

 “예.”

 그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도 듣고 얼굴도 만지고 싶어요. 그냥 지금 그러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어요.”

 “흠…. 그렇나?”

 “그렇죠.”

 그렇게 웃으며 빌은 하늘의 구름을 보았다.

 “나중에 다시 만날 거예요….”

 딸을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웃음이었다.
 
다음화 보기

신고

신고사유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 0 / 250

체크카드, 직불카드, 토스카드는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결제수단은 신용카드로만 신청가능합니다.

pay머니,체크카드,직불카드는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로그인/회원 가입 하시면
노벨패스 멤버십 7일 무료 이용!
※ 오늘만 혜택 적용
"7일 무제한 무료체험"
시작하세요.
시크릿S관
시크릿S관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로그인/회원 가입 하시면
노벨패스 멤버십 7일 무료 이용!
확 인
도장
완료

최신 버전의 앱이 있습니다.

원활한 이용을 위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알림 허용을 해주시면 다양한 혜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0 01

LEVEL UP!

일반뽑기권

일반뽑기권